Thaumazein 인문철학재단 타우마제인

글을 쓰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관계]각자의 전투를 치르고 화면 앞에 모인 우리: 특권을 묻고 연결을 답하다

2026.09.26 10:35

나눈 핵심 질문

  • ‘정상성’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된 특권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사회 구조 속에 투명하게 깃들어 있는가?
  • 우리는 내가 속한 집단이 만들어낸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으며, 그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을 때 방어적인 태도(의도적 무지)를 넘어 낯선 다름을 환대하는 연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 특권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주요 내용

1. 각자의 치열한 삶을 건너, 마침내 마주한 일상의 경이로움(THAUMAZEIN)

이날의 스터디는 각자의 치열한 일상이라는 전투를 치르고 살아 돌아온 전우들의 모임과도 같았습니다. 손 수술 후 마취 쇼크라는 아찔한 위기를 겪고 막 회복하여 돌아오신 규란 쌤, 안내 방송조차 없는 버스 탓에 평택의 낯선 논밭 한가운데 내려 20분을 걸어서 도착하신 현숙 쌤, 가족의 가게 오픈을 돕다 숨 가쁘게 달려오신 세희 쌤, 거리에서 기후정의행진에 연대하고 오신 규희 쌤, 다음 달 첫 인권 강의를 앞두고 뼈를 깎는 고민 중인 경민 쌤, 광주 일정을 소화하며 KTX 이동 중에 접속해주신 은애 쌤, 그리고 할머니를 간병하며 스터디를 준비한 인혜 쌤까지.

화면 너머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얼굴을 마주하는 이 평범한 순간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고군분투 끝에 얻어진 경이로운 기적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방어적으로 변명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 온전히 이해받고 지지받을 수 있는 이 안전한 연결망 자체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귀한 특권임을 확인하며 모임을 열었습니다.

2. 텍스트와 마주하다: 보이지 않는 물살, 특권의 해부

타우마제인 지원금을 뜻깊게 활용하기 위해 각자 읽고 싶은 타우마제인 호수를 정해 읽고 다음 모임에서 나누기로 한 뒤, 우리는 오늘 함께 읽기로 한 도서 『정말로 우리는 평등할까』에서 특권 파트를 함께 소리 내어 낭독해 내려갔습니다. 책은 우리가 막연히 ‘개인의 운이나 우연’으로 치부하던 특권이 사실은 지배 집단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이익’임을 명확히 짚어냈습니다.

우리가 낭독한 글의 중심 내용들.

  • 보이지 않는 물살과 정상성의 구성: 특권은 물고기를 앞으로 밀어주는 강력한 물살과 같아서, 그 물살(지배 문화)을 타고 헤엄치는 이들은 특권의 존재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이들만이 그 거센 저항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우리 사회는 ‘건강인 중심주의’처럼 특정 집단(비장애인, 오른손잡이, 이성애자 등)을 ‘정상’으로 상정하고 물리적·제도적 구조를 설계합니다. 턱 낮춤이나 점자 블록이 없던 과거의 도시 설계가 비장애인에게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듯, 특권은 ‘고민할 필요가 없는 편리함’으로 둔갑합니다.
  • 눈 셋 달린 사회와 내면화된 우월감: ‘눈이 셋 달린 사람들’이 다수인 가상의 세계 비유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사회에서는 눈이 두 개인 사람을 비정상으로 취급하며, 폭력적인 동정과 함께 기꺼이 ‘눈을 이식해주겠다’며 수술을 권합니다. 이는 지배 집단이 소수자에게 행하는 오만함, 즉 “우리의 방식이 더 우월하며, 너희도 우리처럼 고쳐져야(동화되어야) 한다”는 폭력성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 감동 포르노와 대상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삶을 다루는 방식도 해부했습니다. 뇌성마비 형을 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이야기나, 장애를 ‘극복’한 영웅적인 분투기는 겉으로는 감동적이지만, 결국 장애인을 비장애인의 우월감과 선량함을 확인하기 위한 곁가지 ‘소품’으로 전락시키는 행위임을 배웠습니다.

3. 일상의 언어로 연결하기: 내 삶 속의 투명한 특권들

텍스트가 던진 육중한 질문들은 우리 각자의 구체적인 일상과 경험으로 스며들어,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는 고백으로 이어졌습니다.

규란 쌤은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하면서도 은연중에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의 삶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았습니다. ‘왼손잡이’ 대신 ‘왼손 사용자’라 부르려 애쓰면서도, 시각장애인과 관련해 무심코 정보를 ‘본다’고 표현할 때면 언어에 깊게 밴 비시각장애인으로서의 특권을 자각하게 된다고 나누어 주셨습니다.

경민 쌤은 과거 청주에서 서울로 상경해 집을 구해야 했던 캄캄했던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집값은 폭등하고 어디가 안전한 동네인지조차 모르는 막막함 속에서, 서울에 가족과 집이 있는 동료들이 가진 혜택이 얼마나 거대한 구조적 특권인지 뼈저리게 느꼈던 박탈감의 기억이었습니다.

세희 쌤은 최근 병원 생활을 하며 겪은 깨달음을 일상의 언어로 번역해 주셨습니다. “결국 특권이란 ‘내가 무엇을 더 가졌는가’보다 ‘내가 무엇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가’인 것 같아요.”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고단한 대화를 들으며, 병원비를 낼 수 있다는 것,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등 타인에게는 간절한 소망이 자신에게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당연함’이었다는 고백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규희 쌤은 늘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들에 억울함을 느끼곤 했지만, 최근 지적장애인 생활시설을 방문하고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쥐고 있는 권력을 보게 되었습니다. 교사이자 어른으로서 한 번도 거친 ‘백래시’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는 위치. 굳이 억압하려 힘주지 않아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위축시킬 수 있는 기득권이 내 안에도 있음을 짚어냈습니다.

4. 다름을 환대하고 연대하기: ‘돕는다’는 오만을 넘어

마지막으로 현숙 쌤의 이야기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비춰주었습니다. 91년 은행원 시절 왼손으로 지폐를 샌다고 비난받던 경험을 지나, 최근 농인 어르신들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았던 일화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식당은 분위기를 잡느라 조명이 너무 어두웠고, 수어로 대화해야 하는 농인들에게 그 공간은 ‘빛’이라는 필수적인 접근성이 차단된 폭력적인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농인들은 청인들의 세계에 불평하기보다 기꺼이 상대에게 맞추어 소통의 방식을 전환하는 ‘코드 스위칭(Code-switching)’을 유연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타인을 통제하려 들지 않고 온전히 상대를 위해 맞추는 그 섬세한 태도야말로 진정한 특권을 누릴 줄 아는 자의 품격임을,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를 시혜적으로 ‘돕는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거만한 착각인지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완벽한 정답은 없지만, 우리는 현숙 쌤을 따라 손을 들어 ‘특권(특별한 권리)’, ‘사랑합니다’, ‘반갑습니다’라는 수어를 배우며 모임을 닫았습니다. 나와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손짓을 배우는 이 작은 실천이, 일상의 경이로움을 회복하고 연대로 나아가는 첫걸음임을 믿습니다.

5. 서로에게 닿는 질문 건네기

우리 스터디가 끝내 풀지 못하고 남겨둔 사유의 여백을 다른 커뮤니티 동료들에게 건넵니다.

  • 첫 번째 질문: 여러분의 삶에서 “이것만큼은 단 한 번도 굳이 고민해 본 적 없이 살아왔구나” 하고 뒤늦게 깨달은 ‘고민 없음의 특권’은 무엇인가요?
  • 두 번째 질문: 지배 집단은 특권을 지적받으면 ‘의도적 무지(불평등을 부인하거나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것)’로 숨곤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행사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을 누군가를 억압하는 데 쓰지 않고, 낯선 다름을 환대하는 연대의 도구로 전환하려면 우리는 매일 어떤 구체적인 연습을 이어가야 할까요?

댓글 (0)
게시판 전체목록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우리는 어떤 수고를 직접하고, 무엇을 맡기고 있을까?
  • 작성자 : sunbok1025
  • 작성일 : 2026.09.29
  • 조회수 : 15
sunbok1025 2026.09.29 15
예술가 되-기 : 본질과 정체성에 관하여
  • 작성자 : notabookclub
  • 작성일 : 2026.09.27
  • 조회수 : 38
notabookclub 2026.09.27 38
각자의 전투를 치르고 화면 앞에 모인 우리: 특권을 묻고 연결을 답하다
  • 작성자 : eunhano1
  • 작성일 : 2026.09.26
  • 조회수 : 28
eunhano1 2026.09.26 28
이기심 혹은 자기애는 사랑을 저해하는가, 가능케 하는가?
  • 작성자 : 0104wjdgns
  • 작성일 : 2026.09.23
  • 조회수 : 33
0104wjdgns 2026.09.23 33
test
  • 작성자 : sjw_admin
  • 작성일 : 2026.08.14
  • 조회수 : 37
sjw_admin 2026.08.14 37

패스워드 확인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