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umazein 인문철학재단 타우마제인
Question X

지구에 단 하나의 음식을 남긴다면? – Fine:) Dining

삶의 철학은 결코 멀리 있는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가장 구체적인 일상 속에 가장 먼저 깃듭니다. 익숙한 생활의 조각들을 조금 낯설게 바라보고, 타인과 깊이 연결되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인문적 사유가 움틉니다. 지난 7월 2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메버릭하우스에서 열린 ‘Quesion X – Fine:) Dining’은 바로 그 일상의 경험을 새롭게 감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철학 다이닝을 향한 낯선 상상, 그리고 사유의 시작

한 참여자 분께서는 처음 ‘철학 다이닝’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누군가는 ‘근사한 식사를 하면서 철학적 강의를 듣는 자리일까?’라는 호기심 어린 상상을 했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철학과 식사를 별개의 행위로 두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철학과 식사를 구분하는 대신, 먹는다는 가장 원초적이고 일상적인 행위 자체에 철학적 사유를 온전히 연결하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철학이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일상 곳곳에 스며들 때, 비로소 우리가 마주하는 매일의 삶이 얼마나 입체적으로 확장되는지 그 감각을 함께 나누고자 한 것입니다“이 지구에 단 하나의 음식을 남긴다면?”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질문으로 빚어낸 3코스: 일상과 관계, 그리고 미래를 묻다

다이닝은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것을 넘어, 매 코스 던져지는 깊은 질문들을 따라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사유하는 유기적인 흐름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계절의 가장 풍성한 순간을 담아낸 첫 번째 접시, ‘제철 복숭아 샐러드’와 함께 “나를 돌보고 싶을 때, 생각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살림’이란 단순히 생존하는 일이 아니라, 계절을 감각하고 서로를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일임을 제철 식재료의 맛과 함께 깊이 있게 체감했습니다.

두 번째 코스에서는 토마토 채수와 콩 요리, 구운 사워도우를 맛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요리를 대접한다면 어떤 메뉴를 선택하고 싶은지” 나누었고, 이어 버섯 주를 곁들인 토르텔리니를 마주하며 “인생의 마지막 다이닝을 연다면 그 자리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 세 명은 누구이며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은지” 각자의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분해와 재생을 돕는 버섯과 인간의 손길이 빚어낸 토르텔리니처럼, 음식은 우리를 위로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고 기억을 남기는 매개체임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디저트인 ‘참외 소르베’는 지역성과 계절성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이 지구에 단 하나의 음식만 남길 수 있다면 무엇인가요?”라는 오늘의 궁극적인 질문 앞에 서서 각자가 생각하는 미래의 가치를 조용히 품어보게 했습니다.

식탁에서 일상으로 이어지는 여운

여정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오늘의 경험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나만의 식사 철학 한 문장을 기록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데 바로 어제 먹은 음식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천천히 식사를 즐겨본 것이 처음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먹는 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식사에 대한 기억이 오래되었는데, 함께하는 식사의 의미를 다시 느껴보았다” 등 진솔한 고백들이 이어졌습니다.

이 목소리들처럼 이번 철학 다이닝은 바쁜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지나쳐왔던 먹는다는 행위에 담긴 감각과 관계를 온전히 되찾는 자리였습니다. 먹는 시간조차 우리의 깊은 철학적 경험의 시간이 될 수 있음을 기꺼이 공유한 우리는, 익숙한 생활의 행위를 낯선 시선으로 마주하고 타인과 연결되어 각자의 ‘음식 철학’을 발견해 간 찬란한 기록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어진 자유 네트워킹을 끝으로 2시간 동안의 몰입도 높은 다이닝은 깊은 여운과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Quesion X – Fine:) Dining’은 먹는다는 가장 원초적이고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우리가 어떤 세계를 만들고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은지 그 철학적 해답을 찾아가는 찬란한 감각의 기록으로 오래도록 여러분의 일상에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 일시: 2026년 7월 26일(일) 11:00~13:00
  • 장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2-17 3F 메버릭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