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umazein 인문철학재단 타우마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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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논리와 소통의 지혜―2025 겨울 타우마제인X종로도서관 청소년 철학캠프

안광복, 박은진, 윤신혁, 박진

특별강연 | 철학, 논리와 소통의 지혜 (박은진, 독일 트리어대학 철학박사)

강연은 철학이 다뤄온 세 이념에서 출발했습니다. 진·선·미. 참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자리에서 진리론과 인식론이, 올바름과 좋음을 묻는 자리에서 윤리학이, 아름다움을 묻는 자리에서 미학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셋을 다루는 순서 자체가 철학사의 순서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 논의가 어떤 ‘매체’ 위에서 이루어졌는가를 묻는 부분이었습니다. 문자가 생기기 전 사람들은 생각을 말로 했고, 문자가 생기면서 인간의 의식이 바뀌었습니다. 강연은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를 나란히 놓고 비교했습니다. 구술문화는 기억에 의존하기에 왜곡될 수 있고 보전과 전달이 어려우며, 삶과 연관된 공동체를 중심으로 구체적 지식을 다룹니다. 반면 문자문화는 말을 문자로 고정시켜 보전과 전달을 가능하게 하고, 정보와 지식에 따른 개인을 중심으로 추상적 사고를 발달시킵니다. 요구되는 지적 능력도 암기와 기억력에서 분석과 이해력으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각각에서 발전한 분야가 달랐습니다. 구술문화에서는 연설가의 기술인 수사술이, 문자문화에서는 논증을 주고받는 기술인 변증술이 자라났습니다.

이 틀로 고대 그리스 철학사가 다시 읽혔습니다. 밀레토스에서 시작된 자연철학이 페르시아 전쟁 이후 아테네로 모이고, 관심사는 ‘자연’에서 ‘인간’으로 옮겨갑니다. 관습과 규범과 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소피스트가 등장했고, 그들과 소크라테스가 충돌했습니다. 강연이 특히 공들여 설명한 것은 플라톤의 『대화편』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글을 남기지 않았음에도 그의 생각이 전해진 것은 제자가 대화체로 서른여섯 편을 기술했기 때문인데, 바로 그 대화체야말로 문자문화로 넘어가는 이행기에 남은 구술문화의 흔적이라는 것입니다. 매체의 변화라는 틀이 익숙한 철학사를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은 아리스토텔레스였습니다. 수사학에 부정적이었던 플라톤과 수사학에 진심이었던 이소크라테스, 양쪽에서 배운 그는 수사학과 논리학을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연설에서 중요한 세 가지로 로고스와 파토스, 에토스가 제시되었고, 귀납과 연역이 설득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설명되었습니다. 강연은 현재로 돌아오며 닫혔습니다. 지금 우리는 문자 중심에서 영상 중심으로 넘어가는 또 한 번의 과도기에 있으며, 최근 문해력이 강조되는 것 또한 그 과도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1주차 강의 및 실습| 나와 상대의 마음을 보듬는 철학적 소통의 기술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이어진 강연은 앞 시간에 제시된 로고스·파토스·에토스를 그대로 받아 실전으로 끌고 왔습니다. 다만 순서를 바꿔 파토스부터 시작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파토스 편의 화두는 “감정은 이유가 될까?”였습니다. 스토커 논리의 맹점을 예로 들며, 감정 자체는 정당화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 짚였습니다. 문명이란 사람 안의 짐승과 벌이는 싸움이고, 감정과 욕망도 훈련해야 는다는 것입니다. 뇌가 위협과 성욕과 패턴에 쉽게 휘둘린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에토스 편은 가치관을 설득의 뿌리로 놓았습니다. 궁극의 설득은 결국 ‘사람의 향기’라는 것, 그리고 남을 설득하기 전에 자신부터 설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긍정적 자아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되었습니다. 같은 사실을 다르게 묶어내는 연습이 그중 하나였습니다. “키가 작고 소심하다”와 “아담하고 생각이 많다”는 같은 사람에 대한 서로 다른 서술입니다. 야단칠 때는 평가와 비전을 나누어 제시하라는 조언도 함께였습니다.

로고스 편은 ‘논리 감수성’이라는 개념을 네 갈래로 풀었습니다. 첫째는 논리 품새입니다. 주장이 있는가, 근거가 있는가, 그 근거는 충분하고 적절한가. 논리 훈련이란 결국 적절한 패턴을 반복해 몸에 익히는 일이라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둘째는 논리 대칭 감각으로, 지는 것이 이기는 것보다 나은 경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셋째는 공감과 이해 능력입니다. “네가 화날 만한 상황이기는 하다”로 공감을 표하고, “너는 ~라고 주장하는구나, 맞니?”로 상대의 말을 요약해 확인하는 구체적인 문장들이 제시되었습니다. 넷째는 논리 관성의 극복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청하고, 남들도 그렇게 생각할지 물어 객관화하고, 모호한 표현의 뜻을 되묻는 방식입니다.

강연이 제시한 설득의 핵심은 ‘논리적 토끼몰이’였습니다. 선택을 강요하기보다 상대가 스스로 결론에 이르게 하라는 것, 그리고 결론 대신 사실만 말하라는 것입니다. 마무리에는 생각을 여는 질문 목록이 정리되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은지(공감),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한다면 어떻게 될지(보편화), 다른 대안은 없는지(가정적 추리), 그것이 당신이 살고 싶은 세상의 모습인지(이상적 세계의 투사).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은 한 줄로 요약되었습니다. 공격하지 말고, 생각하게 하라.

마지막으로 덧붙은 말이 두 강연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논리 감수성을 기르려면 문학 작품과 시를 통한 감성 훈련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논리와 감성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2주차 강연 및 실습 | 논리적 듣기와 소통의 논리 (윤신혁, 대진여고 철학교사)

강연은 설명 대신 문제로 시작했습니다. “논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 뒤 네 단계의 논리 테스트가 이어졌습니다.

1단계는 간단한 계산이었습니다. 2+3×4의 값, 그리고 0÷1과 1÷0의 차이. 누구나 답을 아는 것 같지만 막상 왜 그런지를 설명하려면 막히는 지점입니다. 2단계는 ‘사라진 100원’이었습니다. 부모님께 5,000원씩 빌려 9,700원짜리 빵을 사고 거스름돈 300원 중 200원을 돌려드린 뒤, 4,900원×2명에 저금한 100원을 더하면 9,900원이 됩니다. 나머지 100원은 어디로 갔을까요. 3단계는 위조수표로 보석을 산 손님 이야기였습니다. 가게 주인이 입은 실제 피해액이 얼마인지 따지는 문제입니다. 4단계는 한층 난도가 높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정직하고, 남의 개는 볼 수 있지만 자기 개는 볼 수 없으며, 서로 말을 나눌 수도 없는 조건에서 나흘째 밤에 총성이 울렸다면 좀비개는 몇 마리인가. 공통 지식과 추론의 단계를 몸으로 겪게 하는 고전적인 문제입니다.

이어 비판적 사고가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틀이 제시되었습니다. 문제·전제·결론, 개념·정보·함축, 목적·관점·맥락이라는 아홉 요소와, 분명함·정확성·명료성·적절성·중요성·논리성·폭넓음·충분함·심층성이라는 아홉 기준입니다.

후반부는 ‘듣기’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논어』 학이편 첫 장을 함께 읽으며 공부란 무엇인가를 물었고, 이어 친구란 무엇인가, 사과나무란 무엇인가, 신의 의도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그림과 함께 던져졌습니다. 소통 테스트 네 단계는 모두 이미지로 진행되었습니다. 전래동화의 한 장면, 양치기 소년과 개미와 베짱이, 『어린 왕자』의 보아뱀 그림, 그리고 『꽃들에게 희망을』과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표지까지. 같은 그림을 보고도 서로 다르게 읽는 경험을 통해, 듣기와 읽기가 이미 해석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구성이었습니다.

강연이 마지막에 남긴 것은 단 한 문장이었습니다. “아니 잠깐 그렇게 속상하겠다.” 설득하는 한마디로 제시된 이 말에는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판단을 미루고, 감정을 먼저 인정하는 순서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3주차 | 논리로 풀어가는 설득의 세계 (박진, 예일여고 철학교사)

세 번째 강연은 수사학과 논리학의 관계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도입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러 가고 싶은 학생의 말하기와, 그 아이를 걱정하는 학부모의 말하기를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학생은 상영 시간과 귀가 방법, 위치 공유와 연락까지 구체적으로 설계해 말하고, 학부모는 아이의 처지를 먼저 이해한다고 밝힌 뒤 자기 마음을 전합니다. 같은 상황을 두고 두 사람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설득하는지를 비교하는 자리였습니다. 이어 국민참여재판 상황이 주어졌습니다. 쇼핑몰 방화 사건을 두고 변호사는 CCTV 영상의 화질, 목격자 증언의 한계, 동기 추정의 감정성이라는 세 가지 논점을 들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고, 검사는 피고의 동선과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들어 정의를 호소합니다. 두 말하기 중 무엇이 논증이고 무엇이 감정에의 호소인지가 자연스럽게 논의거리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개념 정리가 들어갑니다. 수사학의 고전적 의미는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조작적 말하기 기술이었지만, 현대적 의미는 설득을 위한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논리학은 논증의 학문이고, 논증이란 어떤 것이 참임을 기존의 지식에 의거해 확립하려는 시도, 곧 전제와 결론의 결합입니다. 연역과 귀납이 각각 그림으로 설명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전제에서 개별적인 결론으로 가는 것이 연역이고, 개별적인 전제들에서 일반적인 결론으로 가는 것이 귀납입니다. 적용 예시도 생활 속 장면이었습니다. 친구가 콘서트 티켓을 챙겼는지 확인하는 상황은 연역으로, 아이에게 독서를 권해야 하는 상황은 귀납으로 풀어 보였습니다.

강연이 공을 들인 대목은 감정의 자리를 묻는 부분이었습니다. “논리학에서 감정적인 것은 오류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맞아요!”라고 답한 뒤, 무관성의 오류들이 차례로 제시되었습니다. 군중에 호소하는 오류, 감성에 호소하는 오류, 주의 전환, 허수아비 공격, 사람에 호소하기, 힘에 호소하기, 논점 일탈. 각각에 짧은 예문이 붙어 있어 바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논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형수가 주부를 인질로 잡은 상황에서 두 가지 말하기를 비교한 슬라이드가 이어졌는데, 하나는 협박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아이의 미래를 들어 생명을 구해달라고 호소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논리화용론’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논리가 맥락과 관계없이 형식적 구조와 진위를 평가한다면, 논리화용론은 맥락과 의도와 상대에 따라 논리의 사용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분석합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설득적 대화에서 정당하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그것은 논증 안에서만 적절하다는 인용이 근거로 붙었습니다.

마지막 축은 로고스와 파토스, 로고스와 에토스를 각각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였습니다.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것, 상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표현을 쓸 것, 자신과 다른 입장도 존중할 것, 예시와 증거를 함께 제시할 것. 실제 연설문을 비교하는 실습도 마련되었습니다. 김구의 「나의 소원」 원문과, 같은 내용을 설명문처럼 바꿔 쓴 가상의 문장을 나란히 놓고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따져보는 방식입니다.

실습은 상황 카드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가족에게 반려동물 입양 설득하기, 친구에게 봉사활동 권하기, 환경보호 독려하기, 협력 활동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채택하도록 설득하기, 형제에게 게임 시간을 줄이도록 권유하기. 참가자들은 상황을 하나 골라 로고스와 파토스와 에토스를 각각 어떻게 배치할지 직접 채워 넣었습니다.

강사가 남긴 마지막 말이 세 주에 걸친 캠프 전체를 요약합니다.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도구이며, 논리로 설득하고 신뢰로 다가가며 진심으로 공감할 때 우리의 말은 단순한 주장을 넘어 누군가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캠프를 마무리하며

2025년 겨울 청소년 철학캠프 〈철학, 논리와 소통의 지혜〉는 세 주에 걸쳐 하나의 물음을 따라갔습니다. 어떻게 하면 서로의 말을 제대로 듣고, 제대로 전할 수 있는가. 1주차가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넘어온 철학사의 자리에서 소통의 기술을 짚었다면, 2주차는 논리 문제와 그림 읽기를 통해 듣는다는 것이 이미 해석임을 확인했고, 3주차는 논증과 오류를 가려내며 로고스·파토스·에토스를 직접 배치해보는 실습으로 이어졌습니다. 세 강연이 공통으로 남긴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논리는 상대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고 자신의 진심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