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동사다
2026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오후, 해방촌 복합문화공간 사:유에서 열린 <What is your verb of Love?>는 단순한 기념일의 이벤트를 넘어 철학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에 스밀 수 있는지를 함께 경험한 자리였습니다. 이날 현장은 초콜릿 대신, 각자의 사랑에 관한 생각과 질문은 서로에게 선물하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운명처럼 불쑥 찾아오거나 저절로 완성되는 감정으로 여깁니다. ‘사랑에 빠진다’라는 말처럼 수동적인 상태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날 우리는 그러한 통념에 질문을 던지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랑을 이미 정해진 명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선택하고 실천되어야 하는 ‘동사’로 함께 고민하는 일은 각자의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중요한 삶의 철학의 실천입니다.
배수연, 정지우, 충코 세 명의 패널은 각자의 삶과 언어로 사유해 온 사랑의 방식을 풀어놓으며 함께 나눌 수 있는 화두를 공유했습니다. 사소한 마주침의 습관을 살피고, 관계의 책임을 물으며, 사랑의 가능성을 짚어낸 이들의 이야기는 정답을 주입하는 강연이 아니었습니다. 이어진 그룹 살롱에서는 소그룹을 이루어 패널들과 함께 사랑을 둘러싼 질문들을 중심으로 밀도 높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10분마다 자리를 옮겨가며 낯선 이들과 생각을 섞는 과정 속에서, 사랑에 관한 개인의 사유는 타인의 언어와 만나 공동의 감각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습니다.
아주 구체적인, 지금 여기에서의 사랑
돌이켜보면 이 현장 그 자체야말로 또 하나의 살아있는 사랑의 실천이었습니다. 사랑을 시작한 사람부터 끝낸 사람, 망설이는 사람, 혹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헤매는 이들까지, 저마다의 자리에서 온기를 품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였습니다. 서로의 낯선 결을 존중하며 함께 질문을 나누고, 각자만의 언어로 ‘사랑의 동사’를 발견해 나가는 그 머무름과 연결의 과정 자체가 이미 거대한 사랑의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후반부에는 일상에서 실천했던 사랑의 행동들을 나열해 본 뒤, 그중 가장 나다운 행동을 골라 “나에게 사랑은 [ ]하는 것이다”라는 자신만의 문장을 완성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벽면에 부착된 저마다의 문장 위로 다른 이들이 남긴 포스트잇이 더해지며 서로의 생각에 공감하고 시선을 넓히는 인터랙션이 펼쳐졌습니다. 거창한 미사여구로 사랑을 증명하려 들지 않고, 아주 구체적인 행동 속에서 사랑의 실체를 더듬어보며 담백하게 채워간 뜻깊은 발렌타인데이였습니다.
사랑에 관한 우리의 탐구 여정은 이날의 경험을 지나서도 우리 모두의 일상에서 계속됩니다. 지금 여러분의 사랑의 ‘동사’는 무엇인가요?
- 일시: 2026년 2월 14일(토) 15:00 ~ 17:00
- 장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11 해방촌 복합문화공간 사:유
- 주제: What is your verb of Love?